옷장이나 가방이 없던 시절, 소중한 물건을 싸두거나 보관하던 생활 필수품이었고,
어딘가에 물건을 보낼 때 정성스럽게 싸서 보내는 의례용품 이었던 보자기.
차곡차곡 접어두면 있는 듯 없는 듯 간수하기 편하고 펼치면 한 없이 커져서 어떤 물건, 어떤 마음까지도 다 덮어서 귀한 것은 다치지
않게, 흉한 것은 다소곳이 덮어 가리어 주는 참한 우리의 전통 용품입니다.
 
  찻상을 덮는 다보, 밥상을 덮는 상보, 이불을 싸는 이불보, 옷보, 예물보, 노리개보, 책보 등을 준비 된 천에 수를 놓거나 (수보), 고운
물을 들이기도 하고 (나염보), 천 조각을 이어 붙여(조각보) 용도에 따라 홑보나 겹보를 만들기도 하고, 음식을 덮거나 싸는 것을 안쪽에
기름 먹인 한지를 붙여서 사용하던 우리 어른들의 지혜 그 자체입니다.
 
이렇게 우리 생활에 많이 사용되는 보자기를 빈부귀천에 관계 없이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야 했는데, 특히 딸들이 결혼 할 때 가장
많이 필요해서 거의 모든 여인들이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바느질을 배워서 자기가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습니다.
 
특히 조각보는 만드는 과정에 모든 바느질 기법이 들어가서 바느질을 시작하는 아주 좋은 연습 대상이었습니다.
지금은 좋은 천과 옷이 공장에서 생산되고, 가방도 용도에 따른 생산이 넘쳐 나서 굳이 바느질을 해야 할 일이 없어졌지만, 우리 전통을
이어가는 멋과 정신 수양의 방편으로 이 작업을 합니다.
 
이리 저리 자르고 모아 붙인 조각보는 만든 사람의 개성이 잘 나타나고, 바느질 기법과 천의 재질, 색상에 따라 똑 같은 작품이 하나도
없고, 또 조용히 앉아 집중하지 않으면 고운 바느질이 되지 않아 일찍부터 바느질은 “침선”이라는 명상의 한 방법으로 자연히
이용되었습니다.
 
또 특별히 맞추어 계산하지 않고도 조각 조각 조화를 이루어 내는 이 아름다운 일을 “복을 짓는 일” 이라 했습니다.
정성을 들이면 보잘 것 없는 것도 대단한 가치를 지니게 되다는 말없는 가르침과 한땀 한땀 바늘을 움직이면 마음속 어떠한 바람도
간절히 그 속에 녹아 들었습니다.
 
특히 정갈함을 예의 우선으로 두는 찻상에, 주부가 정성껏 만들어 덮어 둔 다보는 차를 즐기는 다인에게 또 다른 기쁨을 안겨 줍니다.
모시나 삼베, 명주는 감침 바느질로, 옥사 나 갑사 등의 여름 명주는 홈질 두 세 번에 앞뒤 판을 함께 눌러 주는 상침으로 마무리하는
간결한 바느질로 미리 짐작 할 수 없는 예술 작품이 만들어 집니다. 또 조각보 네 모서리나 중앙 혹은 한쪽 바탕에 화려한 색상의 수를
놓아 예물보, 기러기보, 노리개보 등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보자기를 만들기도 합니다.